안녕하세요, 밀레시안 여러분! 처음 인사드립니다.
이터니티 사운드 담당자 후추입니다.
처음 인사를 드리려니, 무슨 이야기부터 꺼내야 할지 꽤 고민했습니다.
BGM 이야기도 하고 싶고, 환경음 이야기도 하고 싶고, 작업하면서 있었던 이런저런 이야기도 잔뜩 하고 싶은데요,
그래도 첫 번째 이야기는 역시, 마비노기를 기억하게 만드는 음악과 소리 이야기부터 시작해보려고 합니다!
저는 사운드가 이터니티의 풍경과 분위기, 그리고 마비노기만의 감성을 가장 가까이에서 전할 수 있는 요소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모닥불 앞에 가만히 앉아 에린의 낮과 밤이 흘러가는 것을 느끼고,
아브 네아 호숫가에 괜히 멈춰 서서 비 오는 걸 구경하던 순간처럼요.
그리고 그런 순간을 만드는 데에는 눈앞의 풍경만큼이나, 그 공간에서 들리는 소리가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이터니티의 BGM과 환경음을 만들 때도 단순히 ‘좋은 음악, 좋은 소리를 들려드리자!’에서 한 발짝 더 나아가,
지금이 에린의 몇 시쯤인지, 오늘 날씨는 어떤지, 내가 서 있는 곳은 어떤 분위기의 장소인지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느껴질 수 있도록 하는 데 신경을 많이 썼습니다.
그렇게 흘러가는 에린의 시간 속에서, 밀레시안 여러분에게 또 새로운 추억이 하나둘 생긴다면 더 좋겠고요! 😉
그럼 이제, 그 소리들을 어떻게 만들었는지 하나씩 이야기해보겠습니다.
풍경만 바뀌는 것이 아닙니다!
소리도 바뀝니다!
🌅아브 네아 호수 (BGM 볼륨 70, 환경음 볼륨 100)
낮 - ☀️맑음 | 낮 - 🌧️비 |
혹시, 눈치채셨나요?
비가 내리기 시작하면 새나 벌레 같은 생물 소리는 잠시 사라지고, 대신 바람 소리와 빗소리만 남습니다.
밀레시안 여러분이 에린의 날씨를 고스란히 느끼셨으면 했거든요!
그래서 비가 오면 실내에 있어도 빗소리가 들립니다. (본격 ASMR 콘텐츠..)
비오는 날 실내 - ☀️낮 | 비오는 날 실내 - 🌙밤 |
🏜️ 가이레흐 언덕 (BGM 볼륨 0, 환경음 볼륨 100)
가이레흐 언덕처럼 건조하고 탁 트인 지역은 분위기가 조금 다릅니다.
이곳에서는 넓은 공간을 훑고 지나가는 바람과 드문드문 들려오는 소리들을 중심으로 구성했습니다.
가이레흐 언덕 특유의 메마르고 넓게 펼쳐진 느낌이 잘 전해졌으면 했거든요!
아무래도 가이레흐 언덕에 왔는데, 티르 코네일이랑 똑같이 들리면… 좀.. 아니! 많이 아쉽잖아요!
그래서 지역마다 들리는 분위기도 조금씩 다르게 잡았답니다!
그런데
가이레흐 언덕 하면 또 빠질 수 없는 게 하나 있는데요..
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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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갓곡인데.. 여기서 어떻게 더요? ~최고의 소년 모험가를 찾아서~
저의 최애이자, 많은 밀레시안 여러분의 최애이기도 한 소년 모험가! (두둥)
오랫동안 사랑 받아 온 곡인 만큼, 이번 편곡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원곡이 가진 기억과 분위기를 해치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마비노기의 음악은 단순히 배경에 흐르는 곡이 아니라, 에린에서의 경험과 함께 쌓여 어느새 각자의 추억이 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작업 과정에서는 생각보다 많은 고민이 필요했습니다.
가이레흐 언덕 - ☀️낮 | 가이레흐 언덕 - 🌙밤 |
해당 편곡을 맡은 작업자 A님에게 가장 어려웠던 점을 물어보니, 역시 ‘신/구의 균형’ 이야기가 가장 먼저 나왔습니다.
반복되는 마디는 어떻게 정리할지, 원곡의 특징적인 표현은 어디까지 가져갈지. 그리고 무엇보다 익숙한 맛은 분명 남아 있어야 하는데,
그렇다고 옛날의 소리를 그대로 가져오는 것만으로는 이터니티의 편곡이라고 하기도 어렵고요.
그러면서.. 동시에 소년 모험가 특유의 뭔가뭔가한 그..그....그..!! 벅차오름!!! 을 표현해내야 했습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고민이 많았던 부분은 후반부에 등장하는, 이른바 ‘피아노 급발진 구간’이었습니다.
피아노의 존재감이 확 커지며 곡의 분위기를 단숨에 끌어올리는 파트인데요. 워낙 강한 인상을 남기는 구간인 데다,
많은 밀레시안 여러분이 좋아해 주시는 원곡의 매력 중 하나이기도 해서 함부로 손대기 어려운 부분이었습니다.
그래서 이 급발진을 없애기보다는, 확 치고 나오는 특유의 에너지는 그대로 살리면서 곡 전체의 흐름 안에서는 조금 더 자연스럽게 들릴 수 있도록 정리했습니다.
피아노가 혼자 그 시간을 책임지기 보단, 다른 악기들과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도록 다듬고,
원곡에서 느껴졌던 재미는 남기면서도 조금 더 정돈되고 세련된 인상을 받을 수 있도록 조율했습니다.
결국 목표는 과거의 곡을 그대로 재현하는 것도, 완전히 새로운 곡으로 바꾸는 것도 아니었습니다.
오리지널의 소년 모험가가 가진 기억과 매력은 그대로 간직하면서, 이터니티의 에린에도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음악을 만드는 것.
오래된 기억과 새로운 것 사이에서 그 적당한 지점을 찾는 것이, 낮 버전을 작업하며 가장 많은 고민이 필요했던 부분이었습니다.
반면 밤 버전은 비교적 방향이 명확했습니다.
낮보다 한층 잔잔하게 흘러가되 너무 차분하게 가라앉지는 않도록, 조용하지만 어딘가 희망적인 기운이 남아 있는 소년모험가를 담아내는 데 집중했습니다.
던컨 촌장님은 그대로인데.. 왜.. 너만...
던컨 촌장님은 여전히 그 모습 그대로인데, 마비노기의 음악에는 어느새 꽤 많은 시간이 흘렀습니다. 😿
마비노기가 서비스를 이어온 시간만큼 오래 함께해 온 곡들도 많다 보니, 익숙한 멜로디 사이사이에서 당시의 음색과 질감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그래서 이터니티에서는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멜로디와 분위기는 그대로 두고, 지금의 에린에서도 자연스럽게 들릴 수 있도록 조금씩 새 단장을 해보았습니다.
오랫동안 귀에 익은 클래식 버전과, 지금의 에린에 맞게 다시 다듬은 이터니티 버전.
같은 곡인데 얼마나 달라졌는지, 한 번 귀 기울여 비교해서 들어봐 주세요!
던컨 테마곡 - 클래식 버전 | 던컨 테마곡 - 이터니티 버전 |
필드에서 반복해서 재생되는 음악이 아닌 만큼 원곡보다 감정의 흐름과 치고 빠지는 느낌을 조금 더 살리는 방향으로 편곡했습니다.
대사의 특정 타이밍에 음악을 인위적으로 맞춘 것은 아니지만, 이야기를 읽어 내려가다 보면 음악이 고조되거나 잠시 잦아드는 순간과 대사의 감정이 우연히 딱 맞아 떨어지는 순간이 생길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우연히 맞물린 한순간이, 장면의 감정을 조금 더 깊게 느끼게 해주지 않을까요? 하는 것이.. 작은 바람이었습니다.
코너 속에 코너! 이게 던전 BGM?
위 곡을 들었을 때 단숨에 “어? 이거?” 하고 알아 채시는 분들도 계실 텐데요.
어떤 곡인지, 혹시 감이 오시나요?
바로 알비 일반 던전 BGM 초기 데모 버전입니다. 하하하
왜 이렇게 작업이 되었냐면요.. (해명)
알비 던전의 원곡은 꽤 독특한 음악적 색깔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 이번엔 이 곡에 조금 더 선명한 장르의 색을 입혀보면 어떨까?”
원곡을 계속 듣다 보면 아주 아주 아주 살짝 재즈의 향이 느껴지는데요, 그 향을 조금 더 강하게 맡게 해드리고 싶었습니다!!
그렇게 작업이 거의 끝나갈 때 쯤.. 문득 이런 생각이 들더라구요..
'어? 이거.. 알비 던전이랑은 조금 안맞는데…?’
네. 맞습니다.
막상 게임에 넣어보니 알비 던전에서 흘러나오기에는 혼자 너무 멋을 부리고 있었습니다. 🫠
결국 알비 일반 BGM은 다른 편곡 방향으로 최종 작업되었지만,
원곡에서 작은 음악적 힌트를 발견하고 그 힌트를 전혀 다른 방향으로 확장해 본 꽤 즐거운 도전이었습니다.
알비 던전 일반 - 최종 BGM |
마무리
앞으로도 에린의 다양한 장소와 경험들이, 보는 재미를 넘어 듣는 재미까지 함께 느낄 수 있는 세계가 되도록
후추, 그리고 이 글에 미처 다 소개하지 못한 많은 작업자분들과 함께 오늘도 열심히 달려보겠습니다!
이번 알파 테스트 동안 밀레시안 여러분께서 보내주신 응원과 피드백도 정말 재미있게, 그리고 꼼꼼히 보고 있습니다.
“이 소리 좋다!” 해주신 이야기에 신나기도 했고,
“여기는 조금 아쉽다!” 해주신 부분에서는 또 새로운 숙제가 생기기도 했고요.
특히 전투 사운드에 대한 의견도 많이 보내주셨는데요,
다음에 다시 만날 때에는 지금보다 조금 더 마비노기답고, 손맛이 느껴지는 찰진 소리를 들려드릴 수 있도록 열심히 만져보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저에게도 이번 알파 테스트는 정말 꿈같은 시간이었습니다!
제가 한참 고민했던 부분을 바로 알아봐 주시는 분도 계셨고,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포인트를 짚어주시는 분도 계셔서
덕분에 다음에는 또 어떤 소리를 들려드리면 좋을지 벌써부터 욕심나는 것들이 잔뜩 생겼습니다.
밀레시안 여러분! 함께 마비노기의 소리를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에는 더 좋은 소리 잔뜩 들고 올게요. 우리 영원한 세계에서 다시 만나요!
p.s. 문하이드의 낮 풍경은 많은 분들이 경험해 보지 못하셨을 것 같아서...